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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주안 리뷰어 15기] 어른도감
작성자 이수경 등록일 2018.09.28 조회수 109

 

어른이란 무엇인가 성인과 어른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소년과 소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중 한명이다. 왜 좋은 지 이유는 모르겠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비성인들의 순수함과 그들이 훗날 필연적으로 겪게 될 세상의 냉혹함 사이, 그 빈 공간에 나의 유년시절을 끼워 넣음으로써 반쯤 어른이 되 버린 나를 위로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유년시절의 인류를 좋아하는지 혹은 그 이면에 깔린 부도덕한 맥락들 는 알고 싶지 않고 동참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취향을 갖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를 따라다닌 의문이 있다.

왜 소년은 성장하는데, 소녀는 보호받을까?”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소녀들은 대부분 나약하고, 미성숙하고, 순진하고,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하지만 늘 서툰 그들 앞에는 어김없이 그들을 도와줄 연장자(높은 확률로 성인)가 나타난다. 그 소녀가 당차든 가녀리든 어쨌든 그들은 연장자의 일방적인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나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사실 맨 처음 소녀와 성인 남성이 함께 서 있는 <어른도감>의 포스터를 봤을 때 이미 수십 번 만들어진 이야기들의 다른 버전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조금 했었다. 그러나 이는 내 기우였다. <어른도감>은 달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언재민은 달랐다.

 

영화는 어머니에게 방치되고 얼마 전 아버지를 잃은 중학생 소녀 경언이 홀로 장례시작장에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장례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경언에게 삼촌 재민은 어른이라면 으레 베풀법한 선의를 보이지만 경언은 차갑게 거절한다. 결국 삼촌의 덫에 빠지게 된 다음에도, 경언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삼촌을 뒷조사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인다. 저것이 어린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단호함인가 싶을 정도로 야무진 경언의 모습에 당황한 것도 잠시, 다음 장면에서 영화는 단 하나의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경언을 이해시킨다. 바로 경언과 경언의 절친이 노래방 카운터 일을 보면서 중년 남성들과 그들이 부른 젊은 여성들에게 술을 갖다 주는 장면이다. 14살 소녀 경언을 둘러싼 추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이 영화의 질문이 어른이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한다. 재민과 경언이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다는 이야기는 관객의 눈을 잡아 두기 위해 영화를 거들 뿐이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어린아이 답지 않게똑똑하고 야무진 경언. ‘어른 답지 않게철 없고 마냥 밝은 재민. 그리고 가장 어른다워보이는 예의 바르고 단단한 점희. 그렇다면 어른답다는 것, 그리고 그 대척점에 있는 어린아이 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둘을 나누는 것은 무엇일까? 나이? 경험?

 

놀랍게도 나는 영화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 답다는 

말은 일종의 허상이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는 것처럼어른다움이 있어야 어린아이 다움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들 알겠지만, 우리가 사는 이 삶은 그렇게 칼로 무 썰듯 딱 떨어지는 세계가 아니다

성숙함을 척도로 댈 수 있겠으나 사실 성숙함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타인의 고통을 대

하는 자세가 재민보다 성숙한 경언처럼. 눈 앞의 감정을 대하는 자세가 점희보다 성숙한 재민처럼. 각자

가 성숙한 부분이 다르기에 '어른스러움'을 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걸까? 글쎄, 생각해봐야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만일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경언과 재민과 점희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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