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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주안 리뷰어 15기] 린 온 피트
작성자 김보미 등록일 2018.11.30 조회수 55

 


<린 온 피트(Lean on Pete), 2017>

 

 

-울음보다 체념이 익숙한 아이들

 

린 온 피트찰리를 보면서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시릴을 떠올리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애정을 보이지만 방관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겪는 찰리와 하루아침에 아버지에게 버림받는 시릴의 상처는 꽤나 닮았으니까요. 이 닮은 소년들의 이야기는 모두 어딘가로 뛰쳐나가는 그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유부녀와 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를 뒤로하고 나와 홀로 내달리는 찰리, 그리고 아버지에게 버려진 사실을 부정하며 보육원 직원으로부터 도망치는 시릴의 발어름은 땅을 딛고 있음에도 위태롭게 부유합니다.

 

제목 린 온 피트는 우연히 말 조련사의 일을 도와주게 된 찰리가 처음으로 돌보게 된 경주마의 이름입니다(줄여서 피트라고 불러요). 관계를 가진 유부녀의 남편에 의해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자 찰리는 부상을 당해 도축장에 끌려갈 운명이었던 피트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아버지에 의해 연락이 끊기기 전 자신을 돌봐주었던 고모의 집. 마치 시릴이 우연히 자신을 감싸준 사만다를 찾아가 위탁모가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찰리는 한때 자신에게 애정을 주었던 고모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납니다.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찰리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사랑의 흔적을 좇습니다. 시릴이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자전거를 아버지의 대타자라도 되는 양 끔찍이 여기는 것처럼, 찰리는 어린 시절 고모와 찍은 사진을 그 무엇보다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도 서서히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불량배에게 넘어간 시릴이 강도 행각을 벌인 것처럼, 잠자리를 제공해 준 노숙자에게 돈을 빼앗긴 찰리는 그를 심하게 폭행합니다. 그럼에도 찰리의 여정을 비행이 아닌 방황이라 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행동들이 그만의 처절한 생존방식이기 때문이겠죠. 이후 사만다에게 정착한 시릴이 그녀로 인해 회개하는 것처럼, 고모를 만나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찰리의 모습은 그의 상처입은 인간성 또한 회복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자전거 탄 소년처럼 린 온 피트또한 질주 모티프의 사용이 두드러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나 피트가 죽었을 때, 찰리는 울음을 터트리는 대신 어딘가를 향해 달립니다. 애써 만난 아버지에게 외면당한 시릴이 자전거에 올라 한없이 페달을 밟는 것 처럼요. 두 소년의 질주는 아직 어린 그들이 감당하기엔 버겁기만 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 무언가를 표출하는 수단입니다. 한탄이라기엔 무겁고 절규라기엔 조용한 무언가요. 미숙한 존재의 결핍된 감정은 몇 마디 대사에 싣기엔 너무나도 격정적이었을 겁니다.

 

린 온 피트에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찰리가 단 한 번도 피트를 타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말 조련사로부터 도망치던 중 트럭이 고장 난 상황에서도 절대 안장에 오르지 않는데요. 아마도 이는 각자의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내쳐진 찰리와 피트의 관계를 그저 인간-동물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부축하는 동행자로서의 관계로 그려내기 위한 설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트와 나란히 걷게 된 찰리는 그때부터 속에 담아둔 상처를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하는데, 이때 영화의 시점 또한 서서히 찰리의 경직된 외면에서 격정적인 내면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영화는 너무나 당연한 어른의 보살핌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사랑받고 싶은 열망을 포착합니다. 그러면서 체념만큼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러닝타임 내내 일깨워 줍니다. 배우 찰리 플러머는 작품 속 불안정한 동명의 인물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플롯의 전체적인 완급과 배치도 준수했어요. 다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자전거 탄 소년을 모르고 봤더라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휴먼드라마를 기대한 저에겐 충분히 만족스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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