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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주안 리뷰어 15기] 호밀밭의 반항아
작성자 황윤 등록일 2018.11.30 조회수 105

 

오늘날 영미 고전문학의 한 획을 그은 <호밀밭의 파수꾼>.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는 이 책의 저자인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글쓰기란 어떤 존재였는지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 한 남자가 정신병원에서 푸르스름한 얼굴로 펜을 쥔다. 떨리는 손으로 한 자 한 자씩 써 내리며, 샐린저는 자신을 작가의 길로 인도해준 휘트 버넷 교수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영화는 과거를 회상한다.

 

어른들의 위선에 염세를 느끼는 아웃사이더 샐린저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유한 상류층 아들이지만 유태인이라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었기에 자연히 겉돌았고, 어린 시절부터 성적 불량과 숱한 자퇴를 반복하며 결국 문제아라고 낙인이 찍히고 만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샐린저를 믿어준 어머니 덕분에 샐린저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문학 창작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휘트 버넷 교수를 만난다. 휘트 버넷 교수는 샐린저의 말과 글에 흥미를 느끼고, 샐린저에게 글을 쓰는 기술 뿐만 아니라 거절 당하는 법, 진정한 글쓰기 등 작가로서의 소양을 가르친다. 샐린저는 그를 만나 많은 것을 배우며 <젊은이들>이라는 글로 데뷔를 해 자신의 문학적 페르소나인 홀든 콜필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사랑했던 연인 우나 오닐과의 관계도 끝이 나고, 전쟁에 징집해 인간성이 상실된 전쟁통에서 전우들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이어진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에서도 글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으려 주머니에 펜과 종이를 넣고 글을 쓰던 샐린저는 결국 전쟁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글을 쓰려고만 하면 전쟁이 떠올라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명상을 접하고, 그것을 통해 천천히 글과 홀든 콜필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며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성한다. 처음에는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출판이 거절당하거나 원고를 수정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호밀밭의 파수꾼>은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고 자유의 상징처럼 대표적인 문학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인기는 다시 샐린저를 숨게 만들었다. 속세를 피해 글을 쓰던 샐린저는 절대적으로 순수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이에게마저 속게 되자 진심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한다. 샐린저는 아들, 제자, 남편, 아버지로서의 모습 그리고 일반적인 삶까지 포기한 채 오로지 진정한 글쓰기, 대가 없는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끝없이 고뇌하며 고독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찾는다.

 

우선 영화는 전반적으로 샐린저라는 인물과 그 인물의 역할을 맡은 배우 니콜라스 홀트에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두 인물의 반항적인 느낌은 비슷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다소 묻히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샐린저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또한 미흡한 연출도 아쉽다. 샐린저가 어린 아이나 순수함 등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한 것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그가 호밀밭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낭떠러지에 가까이 다가가면 붙잡아 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길고 깊게 묘사되었다면 더욱 여운이 남고 인상적이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그 아쉬운 부분을 전쟁과 출판이 채우는데, 실제로 영화에서 출판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출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또 샐린저의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흐름이 다소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샐린저의 멘토였던 휘트 버넷이 경제적인 이유로 샐린저의 작품으로 출판할 수 없다고 하자, 샐린저는 불같이 화를 내며 아주 긴 시간동안 그의 연락을 고의적으로 무시한다. 샐린저에게는 출판이 곧 작가로서의 성공이었기에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것이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속세와 단절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교수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지 행동의 원인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결혼에 있어서도 뜬금없이 결혼을 한다. 그리고 별 다른 설명 없이 이혼을 하고, 다시 결혼을 하지만 글쓰기에 몰입하는 바람에 순탄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보낸다. 이러한 행동이 성격 때문인지, 글에 미쳐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부재한 채 커서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의 주제가 진정한 작가와 글쓰기라고 하더라도 일종의 전기 영화로서 조금만 섬세하고 깊게 샐린저라는 작가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더라면 더 이해가 잘 되었을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홀든 콜필드라는 샐린저의 문학적 페르소나도 무척 매력적인 성격의 캐릭터인데, 그에 대한 나레이션이나 간단한 설명조차 없어 <호밀밭의 파수꾼>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샐린저의 삶을 투영해 만들어낸만큼 샐린저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였을텐데, 이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훌륭한 연기력과는 별개로 성추행 파문으로 문제가 있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를 꼭 캐스팅 했어야 하는 의문도 든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할지라도 글쓰기에 평생을 바칠 수 있는가?”라는 말을 수없이 되내이며 스스로에게 글이란 무슨 의미인지 돌이켜 보는 샐린저의 나레이션은 훌륭했다.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인 샐린저의 삶 자체가 흥미로운 하나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초점을 맞췄던 점이 좋았다. 그래서 작가를 꿈꾸거나 글을 쓰는, 혹은 현실과 이상의 길에서 방황하는 이들은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또 샐린저가 글쓰기에 대해 가졌던 열망이나 노력, 빛나는 재능도 사실적이게 연출되어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나 오닐과의 짧은 사랑, 타이트하고 쫄깃했던 휘트 버넷과의 작가 수업은 가장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우나 오닐과 공통점으로 아버지로부터 외로웠던 과거를 이야기 한 후 부쩍 가까워진 관계가 빠르게 진행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고, 초반부에 샐린저를 각성시켜주던 작가 수업의 거절 당하는 법역시 몹시 인상적이었다.

 

순수한만큼 예민하고, 거친 삶을 살아온 만큼 더 여렸던 샐린저에 대한 깊고 섬세한 연출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호밀밭의 반항아>. 살아 생전 작품의 영화화를 반대했던 샐린저가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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