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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 주안 리뷰어 16기] 나의 작은 시인에게
작성자 노소연 등록일 2019.04.26 조회수 109


나의 작은 시인에게(The Kindergarten Teacher)

 

  나에게 란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 같다. 시는 응축된 언어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아내게 된다. 그렇기에 시는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아도 모든 것을 담기에 충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영화도 시와 같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확실히 나눠지지 않는다. 주인공인 리사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지미의 말 한마디는 과연 그녀의 행위들이 무조건 잘못된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 말을 듣고 혹자는 리사의 행동을 다르게 평가했을 수도 있고, 혹자는 여전히 그녀가 잘못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듣고 느꼈던 것이라고 감독은 말해주는 것 같아 이 영화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직장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리사는 유치원 교사이다. 일과 후 평생교육원에서 시 수업을 듣는 리사는 에 상당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지은 하이쿠(일본의 시형식)를 수업시간에 낭송했을 때 돌아오는 건 수강생들의 냉담한 평가와 교수의 시에 자신을 투영하라는 조언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자신의 시를 남편에게 들려줘도 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은 그녀에게 진심으로 공감해주지 못한다. 아이들 또한 리사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고 대화조차 피한다. 하지만 리사의 시에 대한 갈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 열망은 계속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리사는 우연히 지미가 읊조리는 시를 듣게 된다.


  “
애나는 아름답다. 애나는 나에게 충분히 예쁘다. 태양이 그녀의 노란색 집을 두드린다.

   마치 신이 보낸 사인처럼


  그녀는 곧바로 지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 시를 적어 시 수업에서 낭독했다. 교수와 많은 사람들은 시에 대해 칭찬을 했고, 리사는 행복해 보였다. 리사는 자신의 시가 아닌 지미의 천재성에 자기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이러한 표절행위는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자신에게 없는 시적 재능에 대한 동경으로 혹은 소중한 재능의 발견자로서의 책임감으로 인해 그녀는 지미에게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윽고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아이의 시적 재능을 키워주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지미가 평범하게 살기를 원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에게 예술가의 길은 순탄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아이를 방치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평범을 논하는 게 아이러니하게 보였다. 경제적 풍족과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 중 어떤 게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아는 리사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그로 하여금 지미의 보모를 자르게 한 뒤 지미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마다 지미를 몰래 데리고 나와 지미가 더 깊고 넓게 생각 할 수 있게 수업하기도 했다. 이는 대상을 재탄생 시키라는 두번째 수업 과제였다. 그녀도 지미에게 자신의 시를 들려줬지만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클리셰로 가득할 뿐이었다. 원작자가 같을 텐데 이렇게 다른 시를 쓸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녀는 자신의 시가 부족하다는 걸 인지한 듯 그 이후 영화 내내 그녀의 시 짓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리사의 행동들에 지미는 귀찮아 했지만 그녀에게는 온통 지미에 대한 열정밖에 없었다. 지미의 시 덕분에 리사는 교수에게 인정받아 시 낭송회에서 자작시를 낭송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녀는 여러사람들에게 지미의 천재성을 알리기 위해 지미에게 시 낭송을 연습시켰다. 그 결과 발표회 당일 여태까지 리사가 읽었던 시는 지미의 것으로 밝혀지게 되며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시 수업에 나가지 못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몰래 아이를 데려간 사실에 분노한 아빠에 의해 그는 유치원을 옮기게 된다.


 하지만 시에 대한 예술적인 욕망을 멈출 수 없었던 그녀는 급기야 지미를 아무도 모르게 데려가버린다. 리사는 지미와 수영을 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지만 지미는 리사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그녀를 화장실에 잠근 뒤 무덤덤한 표정으로 경찰서에 자신이 납치당했다며 그녀를 신고한다. 어린 지미는 어른처럼 대처했고, 리사는 결국 현재 있는 위치를 지미에게 알려주어 경찰관들이 빨리 올 수 있게 알려줬다. 원래 리사가 지미에게 앙심을 품고 지미를 납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라 해도 몰래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은 명백한 범죄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리사가 너도 나처럼 그림자처럼 살게 될 거야라고 절규했을 때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어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그렇게 리사는 경찰에게 잡혀가고 지미는 혼자 경찰차 안에서 시가 떠올랐어요라며 외롭게 외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지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메아리처럼 영화관에 울려 퍼졌고,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도 머리속에 지미의 외침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이 마지막 장면은 처음 유치원에서 혼자 있는 리사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듯하다. 두 사람은 결국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리사가 했던 말처럼너도 나처럼 그림자처럼 살게 될거야라는 말은 어쩌면 지미의 미래를 암시하는 말이 아니였을까? 노혜경 시인은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삶 속에서 어떤 천재를 발견했을 때천재를 알아본 사람이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했다. 사실 나는 리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리사가 지미의 엄마였다면 문제가 없었을까? 지미가 시인으로 유명해진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신사임당 같은 위대한 조력자로 봤을 것이다. 사실 앞에서 언급했던 물음은 지미의 마지막 말을 듣기 전과 후에 대한 나의 반응들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줄곧 리사를 보며 저렇게까지 한다고?” 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지미의 말에 리사가 한 행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녀는 지미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문득 나도 원석을 찾는 것보다 보석을 찾으려고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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