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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주안 리뷰어 17기] #2 아워 바디
작성자 신유진 등록일 2019.10.03 조회수 131

영화공간주안 다시 두 번째 리뷰. 아워바디 

[스포가 있습니다.]

 

 

 

살결과 같이 힘있고 부드럽게 나의 삶을 느끼며 살아가는 과정

‘달리기에는 아무런 감정도 개입하지 않는다. 몸이 생각을 앞지른다.’ 손민지 작가의 러닝일지 PACE에 적힌 문장이다. 이 독립출판된 아주 얇은 책 한권으로 달리기를 체육시간에 했던 몸짓, 처벌을 대신하는 행위가 아닌 운동으로서 관심이 생겼다. 몸의 감각을 세밀하게 묘사한 이야기가 내게 새로운 동기가 되어주리라 기대하고 보게 된 영화다. 무엇보다 여성의 몸과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여성감독과 여성배우를 통해 전해주는 작품이다. 헬스를 다녀도 같은 성(性)을 가진 트레이너에게 배워야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포스터를 보기도 전 살짝 반한 나머지 곧바로 예매했다.

8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자영의 일상은 빛들지 않은 자취방처럼 색이 없다. 안경 너머 생기 없는 눈과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친구만 남았다. 그래서인지 몸이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고 경쾌하게 달리는 현주가 눈에 들어온다. 일과가 끝난 늦은 밤에 보인 그의 활력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영도 달리기 시작한다. 자영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타협이라면, 현주는 타인에게 피해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인물이 아닐까. 그런 모습을 자영이 본다면 그리고 내가 봤을 때도 당연히 현주에게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주도 자영처럼 누군가를 앞에 두고 뒤에서 뛰고 싶어했던 인물이다. 직접 술을 만들어 마시고, 운동을 8년간 해오지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여기서 감독이 제목을 <아워바디>로 한 의도를 읽었고, 운동을 통한 몸과 마음의 변화만을 말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처음은 방치되어 있던 인간의 삶이 다시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중심에 두고 있는 건 체형이다. 몸은 첫인상이자, 삶의 태도를 온전히 보여주는 기준이다. 인정에 대한 욕구와 자존감 같은 감정을 정직하게 획득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이다. 현주를 기점으로 자영은 몸의 요소를 탐색하게 된다. 자영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인지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육체를 감각하기 시작한 자영은 자신이 동경했던 현주만큼 매력적이었다. 마치 몸이 거기 있는지 몰랐던 사람처럼 그는 근육이 만져지는 배와 팔을 거울에 비춰보고 자신의 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본다. 나의 의지로 몸을 만들어낸 작지만 확실한 성과는 자영에게 새로운 힘이 된다. 불안하고 단조로운 수험 생활을 견뎌온 자영이 오랜만에 맞이한 성취였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일들을 그전보다 잘 견뎌줄 것 같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소공녀>가 생각나는 영화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영이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을 자신의 삶에 두지 않듯, 미소가 술과 담배를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한 것과 맞물린다. 자영은 비로소 사람들 틈에 섞여들지만 현실 감각은 목표를 갖고 정착하는 데 관심이 없다. 오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알바를 시작했을 때 낯선 사람들 사이 기가 눌린 그는 어느 순간 능력자로 거듭난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기보다 그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에 가깝다. 달리기를 하며 느꼈던 건강한 자존감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반영한 것이다.

자영은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로 하는 삶을 살아왔던 인물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서 자영이 호텔로 들어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아닌, 홀로 현재 자신의 몸을 느끼는 장면은 인상깊었다. 그가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지연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임을 알았다. 맞지 않았던 청바지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몸이 달리기로 인해 매력적으로 가꾸어졌다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는 꾸준한 습관이 배어있는 몸으로서 자신을 인식한다. 이는 현재를 만족할 근거로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로 인식하며 한 발 더 내딛는다. 앞서 현주의 판타지를 경험하고 일그러진 삶의 모양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현재 나’의 행복을 찾는다는 주제를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사회적 문제까지 이야기를 확장시킨 흐름이 인상적이다. 개인에서 타인으로, 그리고 사회에서 다시 개인으로 순환되는 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살결과 같았다. 힘있고 매끄럽다. 나의 몸이 아닌 우리의 몸. 즉 여성의 몸,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몸을 <아워바디>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놓아버린 삶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몸의 변화에서 찾았던 것도 좋았다. 그러나 운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 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서 좋았다. 정규직을 얻지도, 동정을 담보로 일당을 더 받아도 그냥 뛴다. 실은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달리기에 집착했던 것처럼 활력이 변화를 가져와주지 못한다. 문제는 그대로고 그는 여전히 문제투성이인 사람이다. 그러나 달리는, 문제투성이 사람이 된다. 잡아 줄 사람 없이 처음으로 혼자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본다. 숨이 차지만, 힘이 되는 영화다.

 

덧. <동주>와 <박열>에서 보았던 최희서 배우는 인상깊었는데,

<아워바디>에서의 그는 주연으로서도 충분히 작품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그가 나온 작품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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