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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간주안 리뷰어 17기] 벌새
작성자 전병호 등록일 2019.10.08 조회수 133

 

옆에서 지켜보면서 훈수를 두기는 쉽다.

 

흔히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는 보지 못했던 포인트를 남이 하는 것을 보면서는 기가막히게 잡아내고는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반면 타인을 볼 때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감정이 개입해서 눈을 가려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나는 그렇게 바보가지 않기 때문에, 그런 내가 한 선택은 틀리기 쉽지 않다는 생각.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떤 운동팀에서 감독이나 코치는 분명 현역선수보다는 운동수행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들은 직접 뛰는 플레이어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가치가 있다. 이러한 것들도 훈수를 두기가 쉽다는 말의 한 예시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TV에서 심리치료에 대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하지만 그게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평소에 하던 행동들을 똑같이 해서 보여줌으로써 행동 당사자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그 치료의 핵심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이 하던 행동을 남이 하는 것을 보고 훈수를 두고 그리고 그 행동이 자신의 행동임을 알고 그 훈수를 스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나에게 벌새가 그런 영화였다.

 

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

 

우리 모두는 중학생의 나이를 겪었고 중학생일 것이고 중학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즈음 빠르건, 늦건 사춘기를 맞게 된다. 우리의 세계에서 타인의 존재는 전과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되고,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기쁜 일도 있을 것이고 슬픈 일도 있을 것이다. 화나는 일도 있을 것이고 행복한 일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보며 존경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를 보며 동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당연해질 때쯤 그 것들이 마땅하고 옳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성장한다. 고민하는 문제들 중 몇 가지는 해결되겠지만 상당수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할 문제들이다. 답은 정해져있지 않고 나름의 답을 스스로 정의할 뿐이다.

1994년의 은희가 고민했고 그 모습은 우리를 닮았다. 아니, 우리가 은희를 닳았나? 영화속 은희는 과연 보편적인 은희다. 아무리 봐도 약간의 오차범위는 있겠지만 영락없이우리. 영화는 은희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나의 이야기였다. 늦든 빠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 있다. 영화는 답은 주지 않지만 그러한 고민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문득 작가가 참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중 주인공의 나이를 굳이 중학생으로 선택한 것은 이 영화를 보고 있을 관객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굳이 은희가 아니었어도 좋을 문제들이었다. 더 나이가 많은 주인공이어도 됐을 문제들인데, 굳이 은희인 것은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있을 관객은은희만 한 때를 지난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나의 그 시절을 공유하고 있는 은희가 되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희와 공유하는 것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순간 보편적인 은희와 보편적인 당신이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경험으로 나름의 영화를 완성시켜가며 감상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2019년의 우리와 1994년의 은희

 

은희의 이야기는 정말 평범하다. , 평범하다는 것이 꼭 아무 일 없이 무난무난하게 살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짚고 가야겠다. 인생의 굴곡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정도라면 평범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은희의 이야기는 정말 평범하다. 그리고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고 그래서 훈수를 둘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우리가 겪었던 일들로 고민하고 있다면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한 마디 훈수하고 싶기 마련이다.

이제 조용히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삶도 은희의 삶처럼 크고 작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했나 되돌아보자. 은희에게 훈수를 두었듯 언젠가 은희였던 나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했고, 어떻게 했어야 했고,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는 물론, 철학적인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답은 누가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답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그 문제를 다시금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끝없이 고민해야 겨우 나름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나름의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벌새를 보고 생각난 김에 바쁜 시간 잠깐 쪼개어 케케묵은 나름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꺼내보자.

 

29019년 보편적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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