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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데이 해드_What They Had_2018-리뷰
작성자 신경국 등록일 2019.11.22 조회수 110

루스가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걱정 많은 남편 버트와 아들 ’, 그리고 딸 브릿과 손녀 엠마가 한 자리에 모입니다.

 

닉은 엄마를 치매 전문 요양 시설로 보내고 아버지를 그곳에서 가까운 실버타운에 입주시키고 싶지만 아빠의 고집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생면부지의 타인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은 거죠. 게다가 이 남자,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입니다. 자신들을 어딘가에 자꾸만 보내려는 아들이 못마땅하고, 닉은 닉대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여동생이 도움이 안 되자 속이 상합니다.

 

브릿은 브릿대로 사춘기 딸과 시들해진 남편과의 관계로 고민 중입니다. 듣자 하니, 브릿의 결혼은 백 퍼센트 제 뜻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결혼 전의 브릿은 착한 딸 콤플렉스의 전형이었던 같고, 상상하건대 결혼도 일종의 도피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행복할 리가 없습니다. 딸이라도 고분고분하니 엄마를 이해한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학교를 다니네 마네 마음에 들지 않는 말만 해대니, 자기 일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번듯한 바(bar)의 경영주인 닉은 아버지의 인정을 못 받아 불만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긴 하지만 결혼한 건 아니고, 닉은 그런 상태가 좋은데 여자친구는 그 이상의 관계를 원하고 있죠. 늙은 부모님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데 아버지한텐 씨알도 안 먹히고 여동생은 도움은커녕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있으니 속이 터질 밖에요.

 

대단히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소위 말하는 ‘larger than life’라고 할 만한 지점이 별로 없습니다. 실재하는 한 가정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소 산만한 구석도 있지만 실제 우리의 삶이라고 질서정연할까요. 그래서 더욱 핍진성이 두드러집니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등장하고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들면서, 우리나라 TV 명절 특집극의 시작을 보이지만, 이야기는 엄마의 치매에만 매달리지 않음으로서 관점은 다양해지고 갈등의 차원은 더욱 깊어지며 감정은 풍성해집니다. 영화는 구성원 개개인의 고민을 존중하면서도 전체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냅니다. 빠른 전개, 감정에 함몰되지 않은 다소 건조한 카메라의 시선이 아이러닉하게 관객들을 감동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라는 큰 주제 아래, 자아의 독립, 부모의 역할, 가족의 의미, 진정한 사랑 등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절대 화해와 타협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겹겹이 쌓인 갈등에 가족들은 모두 기다리는 쪽을 택합니다. 포기하며 물러선 것 같지만 포기한 게 아닙니다. 황소 같은 고집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지만 강압은 아닙니다. 그들은 기다립니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내가 상대를 이해할 때까지. 때론 조곤조곤 상대를 설득하면서, 때론 상대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면서. 물론 목울대에 핏줄을 세우고 언성을 높일 때도 있지만 그건 단지 그것에 이르는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 곁의 가족들은 가장 가깝고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사랑하며 가장 집착하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가장 심각한 상처를 주고받으며 가장 소홀하기 쉽고 가장 증오하고 가장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완전한 독립체이면서, ‘가족이란 집단에 영원히 종속되어 가장 의존적이고 오롯이 스스로 서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성적으로는 양보타협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장 쉽고 올바른 길인 걸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갈등을 잠식시켜줄, 말하자면 국면을 전환시켜줄 사건을 무의식적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건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인정하기 싫은, 인생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그 사건은 종종 비극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니면 값을 치렀지만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그다지 많이 산 것도 아니고, 세상과 삶을 깨달을 정도로 현명하진 않지만, 기다림의 미덕은 충분히 배운 것 같습니다. 조바심에 안달을 해도 후회에 가슴이 터져도,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우리가 걱정하는 건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의 것입니다. 현실이 거지 같고 상황이 아무리 개 같아도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요. 모든 일은 정해진 길로 간다는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종착지가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것도요. 속 편한 낙관주의처럼 들리지만 뭐 어때요? 비겁한 비관주의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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